최근 정신이 너무 없는 와중에,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했던 일이 가장 기쁘고 행복했어요. 새벽 5시 전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고 아침을 어떻게 보냈을까 싶을 정도로 순삭인 아침을 보내고 지쳐서 생명연장 느낌에 점심을 먹고 또 남은 오후를 열심히 살아낸 뒤 퇴근길에 20분 동안의 단잠 후 집에 가요. 살기 위해 운동을 하고 밥 먹고 집안일을 하고 1시간에서 2시간 동안 나만의 시간을 보내고 누우면 어느새 11시가 넘어 12시가 돼요. 그런 하루를 살아내다 다정한 이들과 일상이지만 조금 다른 모습으로 시간을 공유하고 밥을 먹으며 보낸 그 시간이 너무 기쁘고 행복했어요! 지금은 더더욱 그런 시간이 소중해요. 님은 어떤 시간에서 기쁨을 느끼나요?
from 고슴도치
갓생과 휴식의 일타쌍피
- 보더콜리
7월부터는 24시간 루틴이 딱딱 지켜지고 있다. 아침 6시 30분에 일어나서 세수와 가글을 한다. 30분간 폼롤러 스트레칭으로 팔다리를 푼다. 동시에 듀오링고 앱을 켜고, 머리와 입으로는 프랑스어를 공부한다. 한결 가벼워진 몸에 아침식사를 거나하게 넣고 나면 오전 업무를 한다. 오후에는 외근이나 헬스를 하러 나간다. 바깥 공기를 쐬면서 오전 내 돌아가던 머리는 잠깐 쉰다. 귀가하고 나서는 달큰한 라떼 한 잔과 함께 남은 업무를 처리하고 깨끗하게 샤워를 한다. 저녁 8-9시가 되서야 내 하루의 하이라이트가 찾아온다. 바로 책 읽는 시간이다.
저번 레터(여기서 지난 레터들을 볼 수 있다)에서 우리 멤버들에게 올해 상반기에 읽은 최고의 책을 추천 받았다. 괜한 추천이 아니었다. 3-6월에 수업을 들으면서 읽어야 할 자료들이 쏟아진다. 그때 미뤄둔 책들과 글을 맘껏 읽을 수 있는 게 7-8월 여름방학이다. 3-4개월간 쌓아둔 책들과 최근 생일 때 추천 받은 책들을 책장 한켠에 모아두었다. 하나씩 독파할 생각에 종강을 어찌나 기다렸던가!
마셜 스피커에 가사가 적은 플레이리스트를 켠 다음, 베이스를 조정한다. 그리고 중국에서 사온 찻잎 2-3알을 흰 찻 잔에 넣고 뜨거운 물을 붓는다. 버터향과 씁쓸한 녹차향이 뒤섞인 차향이 퍼지기 시작하면 책 읽는 식탁 위 조명만 켜고 나머지 조명은 끈다. 주황색 빛이 상아색 책장을 비춘다. 귀-코-입-눈이 모두 준비됐다. 이제 책장을 사락사락 넘기며 잠들기 전 1-2시간의 행복을 온전히 누린다.
7월부터 오늘까지 6권을 읽었고, 2-3권을 병렬 독서 중이다. 어떤 책은 너무 좋아서 집메이트에게 ‘이 책은 정말 꼭! 읽어봐야 해!’라고 강력하게 추천하여, 그도 그 책을 읽고 있다. 책을 덮고 불이 다 꺼진 침실에 누워 책 이야기를 두런두런 나누다가 하루를 마무리한다. 인간의 끝없는 욕심(권력, 영생, 이기심), 과학기술, 도덕, 미래, 언어, 글, 기록 등에 대한 이야기가 아무런 얽개 없이 쏟아진다. 핸드폰 없이 한참을 얘기하다가 나도 모르게 잠든다. 이런 게 건강이고 행복이고 기쁨이지. 지금 이 순간을 오롯이 저장해뒀다가 다가올 9-12월-개강 이후의 삶-에 한 번씩 꺼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