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4번의 입사와 퇴사는 내 일에서 우선순위를 세우는 여정이었다.
첫 번째. 커리어 전환
첫 회사는 소셜 섹터라 불리는, 영리보다는 더 나은 세상을 이뤄가는 데 목적이 있었다. 그 목적에 매료되어 입사했다. 당시 채식, 인권, 형평성 등 사회경제적 이슈에 눈을 뜰 때였으니까. 돈보다는 가치가 우선됐던 때의 나는 돈보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 살아 숨쉬는 이야기를 직접 듣는 게 더 가치 있었다.
일하다보니 내가 이 일을 10년 하면 어떤 전문가가 되는지 계속 스스로 질문했다. 그래, 전문가가 되는 길을 가보자. 나만의 무기를 찾아서.
두 번째. 분야 전환
전문가가 될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에 투자 회사에 들어갔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식용 곤충 산업을 조사하고, 그 분야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일을 도왔다. 알아가는 과정은 재밌었으나 이건 내가 아닌 누군가 더 잘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당시는 생성형 AI를 몰랐기 때문에 그 누군가가 사람이 아닐 거라는 생각에까지는 못 미쳤다. 그저 사범대 학부 졸업생보다는 경영학이나 경제학을 전공한 석박사가 더 낫지 않을까.
나는 전공까지 바꿔가며 공부를 더 해야 되나. 이런 질문에 아니라고 답했다. 내가 잘할 수 있는 분야에 가자. 대체되지 않는 분야로.
세 번째. 가능성 탐색
첫 정규직이었다. 앞선 커리어와 분야 전환기를 거쳐 사범대 졸업자로서 일 잘하는 전문가가 될 수 있는 곳을 찾았다. 사람이 성장하는 과정과 방법을 배웠으니 그걸 회사에 적용해보려고 기업의 연수원으로 갔다.
효능감과 전문성이 넘쳤지만, 어느샌가 내 안에서 나가기만 하고 채워지지 않음을 느꼈다. 연수원은 경기도 외곽에 있었다. 내가 경험하고 배운 좋은 선례들을 일에 쏟아냈지만 정작 그 경험을 다시 채워 넣을 기회가 부족했다. 그렇게 풍부한 자원과 기회가 있는 환경을 찾아 떠났다. 내게 좋은 인풋을 많이 그리고 자주 채워줄 곳으로.
네 번째. 도전
이때는 많은 우려와 함께 시작했다. 대기업을 뒤로 하고 취직이 어려운 이 시국에 스타트업이 웬말이냐며. 그래도 궁금했다. 나는 서울 한복판에 있는 이 회사에서, 이전에 해보지 않은 일을 잘 해낼 수 있을까. 뭐든지 안 해보면 모르는 일이다. 그리고 안 해보고 후회할 바에야 해보고 그 선지를 버리는 편이 더 후련하다.
그렇게 시작한 일에서 수많은 기회와 함께 깨달았다. 잘할 수 있다, 나는. 회사 규모, 산업군, 직무를 떠나서 [내 마음이 끌리는 일]을 하자. 마음이 이끄는 데는 다 이유가 있구나. 허투루 결정한 적 없는 과거와 공고하게 만들어지고 있는 미래를 향한 직감이 말해준다.
“걱정 마, 다 잘 된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