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셋로그에 11-12시대 알림은 먹방이 가득해요. 외식(식당, 배달) 메뉴가 올라온 뒤에 커피가 떠요. 그 어느 시간대보다 활발히 본인의 먹방을 자랑하는 친구들을 보면 그들이 얼마나 이 시간을 기다렸는지 느껴질 정도예요. 이들의 소소한 행복을 감지할 수 있었던 건 왜일까요? 바로 저에게는 ‘정해진 점심식사 시간’이 없어서예요. 4대보험이 없는 대학원생은 점심식사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아요. 누구랑 먹어야 할 필요도 없고, 메뉴에도 제한이 없어요. 누군가에게 점심시간은 행복일 수도 있고 풀집중의 모먼트일 수도 있어요. 오늘은 자유를 찾아 떠난 고슴도치의 점심 사연을 전해요.
from 보더콜리
먹지 마세요. 저녁에 양보하세요.
- 고슴도치
나는 주중 점심에 거의 메뉴가 고정이다. 특별한 점심식사 약속이 있지 않고 서야 달라지지 않는다. 고정 메뉴는 방울토마토가 들어간 가벼운 샐러드와 블루베리와 견과류가 들어간 요거트이다. 요거트가 아닌 경우에는 계란이나 두부 같은 단백질로 대체한다.
원래 이렇게 먹을 의도는 없었지만, 긴장이 되는 공간에서 일반식만 먹어도 속이 불편해 배가 부글거리고 제대로 화장실도 가지 못해 한 선택이다. 그리고 도시락 싸 온 음식을 먹는 동안은 혼자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여러모로 일거양득인 선택이다. 가볍게 요기 정도만 해결하고 건강까지 챙기며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유일한 시간이 된다. 그래서 아침마다 챙기는 게 귀찮긴 하지만 나만의 시간을 위해 준비한다.
회사 점심이 가벼운 이유는 무거운 저녁이 있기 때문이다.
가볍게 점심을 먹고 퇴근하고 집에 가면 약간의 보상 심리와 함께 저녁을 준비한다. 삼겹살을 굽고 그 기름에 김치를 볶는다. 고기를 반 정도 먹으면 비빔면을 삶아 남은 고기와 먹는다. 여기에 콜라 한 잔을 하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 그리고 고기외에도 시간적 여유가 있을때는 버섯크림 파스타와 샐러드, 탄산수에 매실액을 타서 먹으며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그리고 행복저녁을 위한 한가지 또다른 메뉴가 있다면 엄마가 집에서 택배로 보내준 미역국과 돈까스, 그리고 깍두기, 매실 장아찌이다. 그래서 점심이 가벼워도 나는 충분히 괜찮다. 그 가벼움 덕분에 다가오는 저녁이 더 소중하고 행복해지기 때문이다.
다들 오해 하시길 바란다. 결코 다이어트가 아니다. 저녁을 위한 마중물이고 준비 운동이다. 또한 주말 식단은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밀가루 파티다. 이 메뉴들은 어느 다른 사람보다 지극히 자극적인 점심들이다.
여러분의 점심은 어떤가요? 아차, 그런데 함부로 저를 따라 하지는 마세요. 오후 업무시간이 예민해질 수도 있으니 주의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