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하자면 이번 주의 저는 ‘못난’ 어른이었어요. 지난 여름부터 오롯이 정성을 쏟은 프로젝트가 한 번 뒤집어졌거든요. 잘 해내고 있다는 믿음이 무너지는 순간, 머리가 굳어버렸어요. 목요일 저녁 시간에까지 온 지금도 ‘이번 주 무슨 일을 했나’ 싶어요. 설날 전 업무 일정을 이렇게 마무리할 거라고 전혀 예상도 못했어요. 작은 위로라도 있으면 좋겠다- 싶던 차에 너구리의 글 제목부터 참 든든했어요. ‘새 마음을 먹는 거지.’ 그녀의 글을 읽으며 일하는 나와 가족들과 설날을 보내는 나는 다른 마음이라고 되새길 수 있었어요. 너구리의 글이 님에게도 담백한 응원이 되길 바라요.
from. 보더콜리
새 마음을 먹는 거지
- 너구리
‘이렇게 평온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어느 때보다 고요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이 말이 플래그가 아니길 기도한다) 관계, 연애, 일 모든 영역에서 유유자적 흐르는 물살에 몸을 맡긴 채 살아간다. 여태껏 최소 한 부분 이상은 어그러져 있어 아침에 눈을 뜨는 게 모험이었다. “둥근 해 미친 거 또 떴네”라는 말을 직접 뱉기도 했다. 특히 일은 해도 해도 적응이 안 돼서 매일 던전에 입장하는 모험가의 마음으로 출근했다.
병원에서 환자를 마주하는 일은 매번 새롭다. 매주 오는 환자, 정해진 치료 방법이지만 사람을 대하는 일은 항상 긴장된다. 이상하게 손이 굳은 날에 유독 컨디션이 안 좋은 환자가 만나면 환장의 콜라보다. 대개 예약 환자를 위주로 진료가 진행되지만 급작스럽게 오는 환자가 많은 날은 본능에 이끌려 일한다. 정신 차릴 겨를도 없이 일한 날 퇴근길은 먹고 살기 힘들어지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들어 일을 혐오하기에 이르렀다.
눈 떠 있는 대부분의 시간을 일하는데 일을 사랑할 수 없는 모습이 싫었다. 그러던 중 자주 읽는 뉴스레터에 책 ⟪새 마음으로⟫의 소개 글을 마주하곤 책을 구매해 단숨에 읽어버렸다. 소개 글 중 ‘어떤 상황에서든 새 마음을 배우는 태도’라는 말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우선 새 마음을 먹기 전에 묵은 감정을 처리하는 방법을 고민했다. 고민 끝에 나쁜 감정이 생겨도 좋은 감정을 반복해서 쌓으면 나쁜 감정은 점점 뒤로 밀려 잊히는 방법을 택했다.
출근길 쌓인 눈을 밟는 소리가 마음에 들어 오늘의 기분은 좋음으로 정했다. 일하던 중 진상 환자 때문에 마음이 흐트러질 때면 ‘대체 얼마나 좋은 일이 생기려고 이래? 복권 당첨되나?’라며 넘겨버렸다. 어느샌가 새 마음을 먹는 행동은 습관으로 자리 잡아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