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쌀쌀해지면 가장 먼저 하는 것! 바로 옷장 정리예요. 이번 주 영하로 기온이 뚝 떨어지면서 구석에 박아뒀던 패딩을 꺼냈어요. 패딩과 함께 한 해 묵혀둔 옷들이 발굴됐고요!ㅋㅋ 옷들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작년에 입은 기억이 없어요. 올해도 입을 거 같지 않고요. 하지만 또 이 옷을 가지고 있던 데는 분명 이유가 있었을 것 같은데 기억이 안 나요. 이런 찝찝한 기억력 부족이 옷을 못 버리게 해요. 심란하게 옷을 보다가 꽉찬 옷장에 눈길이 가요. 그제서야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지금도 넘쳐나는데? 이제 멈춰! 한때 잘쓸템 혹은 애정템은 언제 쓸없템이 될까요?오늘 고슴도치의 솔직담백하게 웃픈 에피소드를 꼭 확인해 보세요!
입을까? 말까?
- 고슴도치
나는 물건을 잘 버리지 못한다.
교복을 입고 다니던 시절부터 친구들과 장난삼아 주고받던 쪽지들, 교과서, 편지, 포스터, 과자 상자 등 상상을 초월하는 물건들이 장롱 구석에 들어가 있다. 내 수중에 들어오게 되면 웬만큼 버리지 않고 10년 이상을 가지고 있다.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다른 사람(예 : 어머니)의 손에 정리 되거나 잃어버려 내 손을 떠났다. 무릎나온 애착바지와 헤져버린 모자가 내 의지와 상관없이 떠났다. 사용감은 컸지만 익숙해져 너무 편안했던 것들인데.. 떠나니 아쉬웠다.
아, 그리고 십년동안 7번 이상은 잃어버렸는데 매번 다시 돌아온 물건도 있다. 친구들과 한 우정반지다. 거의 매일 착용 하다시피 해서 모양이 변해버렸다. 그래서 그렇게 손가락에서 자주 탈출을 했고 최근에는 잃어버리고 며칠간 못 찾고 있었는데 사무실 캐비넷 옆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안도했다. 찾지 못할 수도 있으니 같은 걸 다시 사려고 알아보던 중이었는데.. 그렇게 몇 번의 탈출에도 불구하고 다행히 소중히 내 수중에 있다.
이 중에 살아남아 잘 사용되지 못하고 방치된 물건이 있다.
면바지를 사러 온라인 쇼핑몰에 들어갔다 메인 화면에 모델이 입은 꽃무늬 원피스에 끌려 장바구니에 담았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원래 목적인 면바지의 상세 디자인을 살펴보면서 즉흥적으로 담은 꽃무늬 원피스를 생각했다. ‘잘 어울릴까? 사이즈는 맞을까? 아 이쁜데, 저런 스타일 입고 싶은데, 아 그래, 사면 입게 되니까 사자.’ 하며 결국에 면바지와 함께 원피스도 사게 되었다.
며칠 뒤 배송 온 원피스는 너무 예뻤다. 잘 샀다는 생각에 옷을 입어봤다. 다행히 사이즈 잘 맞았다. 근데 어색하기도 했고, 남의 옷을 뺏어 입은 것처럼 헛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화장하고 머리하고 세팅 후 입으면 괜찮겠지’ 생각하며 반품하지 않았다. 곧 입을거야 하면서...
그게 벌써 2년이 넘었다. 그걸 입을 계절인 봄에 매번 꺼냈다가 두고 지켜보기만 하고 입지 않은 채 보기만 하고 이맘때쯤 다시 집어넣곤 했다. 보관은 잘하고 있어서 옷 상태는 문제가 없지만 더 이상 입지 않을 거는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이제는 보내줘야 할 것 같다. 기부를 하거나 가져가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보내주기로 했다. 진짜 애증의 꽃무늬 원피스 이젠 안녕!
수많은 물건 중에 잘 쓰고 있는 건 뭘까? 한참을 고민했다. 오히려 쓸없템보다 더 많이 고민했던 거 같다. 내가 스스로 선택했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물건을 쓰다 불편하면 ‘내가 적응하면 괜찮겠지.’하며 쓰는 편이다.
그래도 그중에 정말 잘 쓰고 있는 건 뭘까? 계속 고민하다 우연히 손을 씻으러 화장실에 들어갔다 선반에 꽂아둔 칫솔이 보였다. 그때, 이거다 싶었다. 우연히 지인의 추천으로 쓰게 된 칫솔인데, S&G dental 이중 슬림모이다. 추천받고 5년 이상 사용하고 있다. 치아나 잇몸상태 등이 다 개인차가 있어 다른 사람에게는 잘 안맞을 수 있지만 칫솔 유목민인 나에게는 완전 꿀템이다.
칫솔모가 너무 부드럽지도 너무 단단하지 않아서 좋았다. 잇몸이 약하고 덧니까지 있는 나의 치아 상태에서는 적당히 부드러운 모가 치아나 잇몸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개운하게 양치할 수 있어서 좋다. 그리고 헤드 크기 또한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아서 어금니 구석구석 닦는 데 편했다. 또 칫솔모 보호캡이 같이 내장되어 있어 좋다. 이것 이외에도 손잡이 부분도 너무 두껍지 않아서 그립감이 좋다. 이런 다양한 장점 덕분에 꾸준히 써오고 있다.
실제로 가지고 있고 사용하고 있는 물건들을 쓸없템인지, 꿀템인지 고민하며 살펴보다 보니 참 불필요한 물건들이 많았다. 이유는 다양했다. 예뻐서, 그냥 가지고 싶어서, 1+1 행사를 해서, 할인을 해서, 선물을 받아 차마 버릴 수 없어서... 이것 말고도 수많은 이유로 사거나 버리지 못한 게 수두룩했다.
그래도 이번을 계기로 잘 쓰는 아이템인지, 꼭 남겨둬야 할 아이템인지 많이 고민하면서 정리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물건들이 정리가 되니 오히려 복잡하던 생각들도 같이 정리되는 기분이었다. 혹시 생각이 많고 복잡할 때 한 번쯤 가지고 있는 물건들을 정리하면 좋을 것 같다.
특히 올해가 얼마 남지 않은 지금,
더욱이 정리가 필요할 시점이다.
📽️ 내 삶에 만족하면 헛돈 쓸 일이 없다!
고슴도치는 절제할 줄 아는 만남을 즐기는 차분한 스타일의 소비 유형이라고 해요. 무려 부자 될 확률 1위!!! 부자가 되는 왕도는 없겠지만, 훌륭한 투자나 저축보다도 요즘 제 이목을 사로잡은 비법이 있어요. 그건 바로! 내 씀씀이를 정확히 알고 쓸 때 쓰고 아낄 때 확실히 아끼는 방법을 파악하고 있는 것이요. 이게 무슨 말인지 궁금하다면, 책 <저소비 생활>을 "내 삶에 만족하면 헛돈 쓸 일이 없다"라고 소개하는 롱블랙 노트를 읽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