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아니랄까봐 길거리 사람들의 옷차림이 가을스러워지고 있어요. 이맘때 트렌치 코트를 입고 싶지만 남들도 입을까봐 한창 눈치 보곤 했는데, 아직 한 번도 트렌치 코트를 입은 분을 못 본 것 같아요. (저 집순이 아닙니다. 나름 경기, 서울부터 전라도나 경상도까지 전국 방방곳곳을 다녀요!) 갑자기 확 추워진 날씨 탓일까요? 그렇다기엔 어린아이부터 어르신까지 각자의 옷차림이 모두 달라지고 있는 것 같아요. 최근 에버랜드에서 본 청소년들, 청풍호에서 본 어른들의 옷차림은 10대! 50대!로 묶기 참 어렵더라고요. 이제 내 추구미대로 나를 꾸밀 수 있는 절호의 시기라는 뜻 아닐까요?! 님의 추구미는 무엇인가요? 오늘 너구리의 잘쓴템과 쓸없템에서 귀엽고도 야무진 추구미를 꼭 확인해 보세요!
귀여운 아이템을 수집합니다
- 너구리
귀여운 것이 세상을 구한다. 깔끔하고 모던한 디자인도 좋지만, 같은 돈을 주고 산다면 조금 더 귀여운 것을 산다. 여러 캐릭터를 좋아하지만, 짱구는 밥 친구 부동의 1위다. 밥 먹을 때 외에도 적당한 소음이 필요할 때 짱구를 틀어놓는다. 자연스럽게 짱구 캐릭터 관련 아이템들이 늘어났다.
짱구가 엎드려 있는 모양의 마우스는 눈썹을 누른다는 매력에 매료됐다. 눈썹을 누르면 클릭이 된다는 생각을 한 사람은 천재가 아닐까? 이렇게 귀여운 생각을 할 줄 아는 사람이면 천재가 확실하다는 생각에 짱구 마우스를 구매했다. 몇 달 동안 계속 짱구 마우스를 사용하니 울퉁불퉁한 모양 때문인지 그립은 아무리 써도 익숙해지지 않았고, 손목은 아파졌다.(플레이 시간 200시간에 달하는 게임을 했을 때도 짱구 마우스를 쓸 때 손목에 파스를 붙였다.) 결국 참다못해 건강을 위해 버티컬 마우스를 구매했다. 짱구 마우스는 먼지만 쌓인 채 서랍 구석에서 잊힌 신세가 됐다.
잘 쓴 아이템을 고민하다 책상을 봤는데 매일 쓰는 스테들러 S펜 점보가 눈에 띄었다. 태블릿에 스테들러라니 신구의 만남이라는 생각에 귀여워서 구매했다. 당시 악세사리가 다양한 애플펜슬을 쓰는 친구들이 부러웠다. 갤럭시탭을 쓰는 사용자로서 재미있는 악세사리가 없는지 고민하다 스테들러 S펜 점보를 발견했다. 길이가 긴 클래식과 달리 지우개 모양이 달린 점보는 필통에 들어가서 잃어버릴 걱정이 덜했다. 스테들러 S펜 점보의 장점은 펜 뒤에 달린 지우개다. 태블릿으로 글을 쓰다 지우개 버튼을 눌러 지우는 번거로움에서 벗어나 펜을 돌려 지우개로 쓱쓱 지우면 된다. 카페에 앉아 스테들러 S펜으로 아무 말이나 끄적이면 괜스레 1920년대 파리 카페에 앉아 있는 작가가 된 기분을 느끼게 된다. 실속과 낭만을 함께 챙길 수 있는 아이템이라니 이런 아이템은 발견하기 어렵다.
20대 후반엔 합리적 소비할 줄 아는 어른이 될 줄 알았다. 현실은 가챠샵을 보면 일단 들어가고 마음에 드는 캐릭터 키링을 발견하면 출근할 때 마시는 2천 원짜리 커피를 5번 참으면 된다는 생각에 1만 원을 가볍게 결제한다. 여전히 귀여운 아이템을 보면 흥분하지만, 글을 쓰는 동안 현재 소비 습관을 반성하게 된다. 내년엔 절제하는 어른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 소비 MBTI: ERFQ
지난 주 테스트 결과는 카피바라였죠! 놀랍게도 카피바라와 너구리는 같은 ERFQ 유형이었어요. 사실 둘은 정말 다른 소비 성향을 가진 사람인 줄 알았어요. 카피바라는 신중한 소비인이라면, 너구리는 충동적 소비인이라고 생각했거든요!ㅋㅋ MBTI가 그 사람의 성격을 완벽하게 설명한다기보다, '아, 저 사람은 이런 유형이구나!' 정도의 기본 정보로 이해된다고 하죠. 그것처럼 이 둘이 같은 결과가 나온 걸 보고 또 한 번 다짐했어요. 테스트를 맹신하지 말되, 기본 정보로 이해하기엔 좋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