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의 연애는 순정만화에 나오는 여자주인공이었다. 어떤 때는 치정극의 한마리 불나방이었다. 처음의 순정만화의 주인공처럼 시선을 마주보고 눈을 맞추고, 손을 잡고, 상대가 하는 말에 귀 기울이며 좋아하는 사람의 모든 것을 보고 알고 싶어 했다. 처음이 주는 설렘과 순수함을 빗대어 세상을 바라봤다. 그런 마음으로 세상과 사람을 바라보며 스스로에게 놀랐다. '내가 이렇게 유치한 말을 하고 쓰다니', 그리고 '저기여' 에서 '저기~여~' 말투까지 유해졌다는 말을 들었다.
말투도 행동도 여성스러워졌다고…
모두가 달라졌다고했다.
새로운 변화가 좋았다.
또다른 나를 발견한 것 같아서.
새로운 모습도 익숙해지면서 새로운 나도 원래의 나의 모습만큼 익숙해졌다. 연애 초반도 시간에 지남에 익숙해지고 편안해짐에 따라 상대에 대한 배려보다 각자의 생각과 행동들, 요구들이 점점 앞서 갔다. 급기야 한쪽이 일방적으로 이기적 행동과 말을 참아가며 만남을 이어갔다. 점차 그 만남은 설렘과 즐거움이 아니라 피하고 싶고, 도망치고 싶은 마음을 들어차기 시작했다.
종국엔 상대가 아닌 스스로를 탓하고 미워했다. 그는 "내가 아니면 누가 널 좋아하겠어.", "울면 너만 손해야, 울어도 소용없어." 라며 심지어 본질에 대한 비하를 했다. 그런 말을 들으면서도 헤어지지 못했다. "나 아니면 누가 널 만나주겠어." 라는 그 말에 갇혀 꽤 긴 시간 관계를 이어갔다. 그때는 정말 상대가 밥 먹는 것조차 싫었다. 우스갯소리로 어른들이 화가 나시면 타인의 밥 먹는 모습도 보기 싫다고 하셨는데. 하. 정말 틀린 말이 아니었다.
한 사람이 상대를 미워하고 종국에 마음을 놓아버리자 결국은 아름답다고 시작한 연애에서 지긋지긋 하고 끔찍한 끝이 되었다. 나를 좋아하고 미워하고 화내다 가여워지고 지긋지긋해져버렸다.
결국 그 과정에서 나를 알아가고 배웠다. 연애와 상대에 대한 감정과 같이 말이다. 나를 잃고 다시 찾는 과정은 2년이 걸렸다. 처음에 슬픈 감정 등 여러 감정은 친구에게, 가까운 지인에게 그러다 정신을 차린 후에는 내가 내뱉은 감정 때문에 내가 아끼는 사람들도 불편해질 수 있겠구나 생각이 드는 순간. 그때부터 혼자만의 시간을 충분히 갖기로 했다. 책을 읽고, 일기를 쓰고, 영화와 드라마를 보고, 필사를 하고, 커피를 내리고, 그림을 그리고, 산책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이런 시간을 보내는 동안 주위 사람들은 묵묵히 나를 응원해주고 다시 일어나고자 하는 내 방식 또한 응원해 주었다.
그렇게 다시 일어나고 나를 제대로 마주 보게 된 지금. 연애란 나와 전혀 다른 타인관계와 더불어 수없이 많이 나를 만나고 잃어버리고 찾는 과정임을 안다. 그 과정을 통해 스스로를 다시금 보게 되면 또 살아가고 새로운 연애를 꿈꾸고 시작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