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가끔 술자리에서 친구들에게 "재밌는 거 해볼래?" 하고 물어요. 다들 좋아하면, 핸드폰 메모장을 켜게 해요. 그 텅 빈 메모에 내가 연인을 볼 때 중요한 기준 10가지를 적으라고 해요. 충분한 시간을 갖고 다 적었는지 확인해요. 그 다음 그 중 6개를 과감하게 지우라고 해요. 다들 눈이 커다랗게 동그래져요. 그래도 지워보라고 해요. 모두가 6개를 지우고 나서, 씩 웃고 말해요. "거기서 딱 하나만 더 지워." 이 말에 다들 더는 지울 게 없다고들 해요. 하지만 우린 해냅니다. 그렇게 추린 세 가지가 뭔지 물어봐요.
최후의 세 가지는 다들 비슷할까요? 다를까요? 의외로 달라요. 사람마다 꼭 지켜야 할 부분과 포기할 수 있는 부분이 다름을, 그래서 우리가 이렇게 친구로 잘 지내고 있음을 알 수 있게 돼요.
너구리가 자신의 최후의 기준을 전해요. 이 글을 읽고 나의 최후의 기준, 그리고 친구나 가족들과 최후의 기준을 적고 이야기해보세요. 막연히 머릿속에 맴돌던 이상형이 글자와 목소리에서 구체화된 모습은 어쩌면 내가 알던 그 모습이 아닐지 몰라요. triple.sidepjt@gmail.com나 인스타그램 careergirls.letters DM으로 님의 이야기가 슬며시 찾아오길 기다릴게요!
이상형의 변화
- 너구리
“나 몸 봐.”
친구들이 이상형을 물어보면 항상 같은 대답을 한다. 초등학생 때부터 슬랜더를 좋아했다. 몸이 예쁘면 어떤 옷을 입어도 잘 어울린다. 깡마른 몸도 좋지만, 적당히 근육이 붙은 몸이 제일이다. 여우상에 무쌍인 사람을 좋아한다. 너무 밝힌다고 생각하는가? 그들이 밝은 것뿐이다. 듬직함에 매력을 느끼는 것처럼 하나의 취향이다. 취향에 맞게 대체로 마른 사람들과 연애했다.
얼마 전까지 여러 사정으로 1년 정도 연애를 안 했다. 혼자서도 잘 노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혼자 노는 게 재미있어 연애의 필요성을 못 느꼈다.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연인으로 발전할 이성도 없었다. 그러다 문득 나처럼 혼자서 잘 노는 사람을 만나 안정적으로 살고 싶었다. 결혼을 위해 지금쯤 연애를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인들에게 소개팅하겠다며 선전포고(?)하고 생애 처음 소개팅을 했다. 이상형과 정반대의 사람이었지만 처음 소개팅을 한다는 생각에 설레는 마음이 들었다.
그는 이야기할수록 공통점이 많았다. 신나서 게임, 애니, 아이돌 덕질까지 좋아하는 것들이 줄줄이 소시지처럼 나왔다. 열심히 하던 일반인 코스프레를 포기했다. 얼떨결에 그 자리에서 애프터까지 잡았다. 애프터까지 1주일 동안 만남을 지속할지 고민했다. 외적인 이상형과 부합하지 않아도 연애를 시작할 수 있을까? 아무리 이야기가 잘 통해도 얼굴 보면 화나지 않을까? 객관적으로 그는 잘생겼다. 내 이상형과 맞지 않을 뿐이다. 고민이 채 끝나기 전에 애프터 날이 찾아왔다. 약속 장소에 일찍 도착해 고민하다 이제 막 도착한 그와 눈이 마주쳤을 때 깨달았다. ‘얘랑 연애하겠네.’ 일주일 동안 그와 나눴던 이야기를 곱씹으며 그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개차반 같은 성격만 아니라면 성격보다 몸이 더 중요했다. 나와 성격이 반대인 사람을 좋아했다. 그와 연애하며 기준이 달라졌다. 상대방의 이해할 수 없는 말과 행동으로 인한 불안함이 사라졌다.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즐거움을 알게 됐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어떤 말과 행동을 하는 이유를 안다. 이해할 수 있기에 신뢰하게 됐다. 이제 이상형에 관해 물어보면 다른 대답을 할 것이다.
“비슷한 성향의 사람이 좋다.”
오늘 Cuz는 어땠나요?
커리어걸즈에게 보내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아래 [피드백 보내기] 버튼을 클릭해서 리뷰를 남겨주세요. (속닥속닥) 님의 응원이 진짜 엄청난 힘💪이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