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후반, 30대 초반인 나와 지인들은 요즘 다들 연애 중이다. 2-3년 넘게 연애 중인 사람들뿐만 아니라 이제 막 연애를 시작한 사람도 많다. 오죽하면 10년 넘은 친구들 모두가 커플인 건 지금이 처음이다. (암묵적으로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왜 지금이 처음일까? 그건 바로 취업에 집중하던 시기를 거쳐, 다들 2-3년 정도 일을 하고 나니 일에 익숙해져서다.
시간과 주머니의 여유가 생기고 나니
연애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다.
십 년 전, 고등학생 때도 하나 둘 연애를 시작해 점차 커플이 많아졌다. 그때는 처음 투성이라 서툴기만 했다. 애인과 사이가 틀어지면 친구들에게 터놓고 말했다. 자초지종을 다 꺼내기도 전인데 다들 의견이 분분했다. 이렇게 말해라, 저렇게 말해라, 말들은 많았다. 하지만 그 누구도 뭐가 맞는지 확신은 없었다. 말하는 방법(대면, 전화, 카톡 등), 말을 시작하는 대사(우리 얘기 좀 해!, 이게 맞아?), 클라이맥스의 대사(너가 잘못했어!, 너 때문에 내가 속상해!) 다 제각각이었다.
그러나 10년은 허송세월이 아니었다.
그 사이에 사람 경험이 꽤 두둑해졌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우린 각자 다른 대학을 갔고, 다른 직업으로 취직했다. 만나는 사람과 환경이 달라졌다. 어떤 친구는 서비스직으로 사람을 많이 만나서 쿠션어가 늘었다. 어떤 친구는 회사에서 쌓인 분노로 말이 날카로워졌다. 10년 전 아주 사소한 문제로도 머리를 맞대던 아이들은 온데간데 없다. 그새 예쁘게 말하는 법, 돌려서 말하는 법 등 말주변이 무섭게 늘었다.
그래도 연애썰은 올타임 레전드다.
언제 얘기를 꺼내도 재밌다. 다들 회사에 있어도 카톡방이 불타는 때가 있고, 주말에 모여 반주를 기울이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떠들 때도 있다. 그때 우리 대화는 어느 정도 하나의 이야기로 모인다. 두둑해진 건 시간과 주머니만이 아니었다. 사람 경험이 켜켜이 쌓인 지금, 우린 안다.
“미안해”보다 “고마워”가 정답일 때가 많다. “하겠다”(수긍)보다 “어렵다”(거절)를 잘해야 한다. 때로는 말을 안 하는 게 낫다. 그리고, 대체로 나는 상대가 듣고 싶은 말을 이미 알고 있다, 내가 하지 못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