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하면 눈, 겨울 스포츠, 크리스마스, 연말, 새해, 겨울바다, 붕어빵, 호떡, 나홀로 집에, 도깨비가 생각난다. 그 중에 눈는 너무 뻔하지만 그것만큼 설레는 단어는 없다.
눈이 거의 오지 않는 지역에 살았다. 눈 온다는 소식이 몇 십 년만에 뉴스에 나와도 내리다 금방 비가 되어 제대로 된 눈을 보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눈사람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눈이 쌓였다. 그건 거의 기적이었다. ‘우리 집 앞에 눈이 쌓이다니, 너무 신난다.’ 티비에서만 보던 새하얀 눈을 보러 밖을 나갔을때 설렘을 넘어 황홀했다.
태어나서 십 몇 년만에 처음 본 눈이라니!!!
털모자, 목도리, 장갑, 두꺼운 외투를 입고 나갔다. 가장 먼저 내리는 눈을 가만히 올려다 보며 얼굴에 닿을 때까지 기다렸다. 그리곤 눈을 먹기 위해 입을 벌렸다. 팥빙수 같을 거라고 생각하고 먹었는데 생각보다 더 아무맛이 나지 않아 실망했다.
눈을 오감으로 느끼고 난 뒤에는 동생과 동네 아이들과 눈싸움을 했다.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만큼 실컷 놀았다. 그러곤 동생과 눈사람을 만들었다. 한 사람은 몸통을, 또 다른 한 사람은 머리를 만들었다. 우리 만한 커다란 눈사람을 만들고, 다시 눈을 뭉쳐 작은 눈사람 몇 개를 더 만들었다. 작은 눈사람은 집으로 들고 들어와 하나는 옥상에 올라가는 계단 뒤편에, 하나는 냉동실에 넣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차피 녹을 눈사람인데 뭐가 그렇게 좋아서 집으로 가져갈 생각을 했는지 모른다. 참 어린아이같은 생각이다.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을 집으로 가져와 계속 함께 할 생각을 했다는 게 참 순수했다.
그때의 모습은 사진첩에 보관된 한순간의 장면으로 남아있다. 그래서 더욱더 기억에 오래도록 남아있고, ‘겨울’ 하면 이때가 가장 생각난다.
너무나도 즐거웠고 행복했던 기억으로..
지금은 매년 겨울이 되면 눈을 볼 수 있는 곳에서 일상을 보내고 일을 하고 있다. 출근하지 않고 집에서 바라보는 눈은 참 예쁘지만 출근을 해야하는 날이면 전날 밤부터 걱정이다. 신발은 무엇을 신고, 대중교통을 어떻게 타야하지?, 평소보다 얼마나 더 일찍 나가야 할까 고민부터 한다. 이렇게 변한 상황이 너무도 웃기다. 어린시절에 나는 우리 동네도 눈이 오지 않을까 하고 하늘 봤다면, 지금의 나는 눈이 오면 어떡 하지? 하며 하늘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