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언니의 이름이 “가을”이라는 얘기를 하면 꼭 한 번씩 들었다.

“왜 네 이름은 여름이 아니야?”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 “네 동생 이름은 여름이야? 겨울이야?”. 그럴 때마다, 나는 가(佳)자 돌림이라며 첨언을 했지만, 이따금 내 이름이 여름이거나 겨울이었다면 하며 상상해 보기도 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둘 다 한봄에 태어나 가을쯤의 이벤트라곤 어머니 생신뿐이었다.

음력으로 생일을 세어 맞는 엄마의 생신은 꼭 추석 다음 날이다. 내가 중학생 때까지만 해도 양가 모두에서 제사를 지냈으니, 엄마는 항상 기름 냄새와 함께 생신을 맞았다. 두 딸의 고사리손으로 도움을 드린다 해도 얼마나 큰 도움이 되었겠냐마는, 추석 당일에는 빵집이 닫을까 싶어 항상 미리 케이크를 사러 다녀왔었던 것은 엄마에게 위로가 됐는지도 모르겠다. 가족 생일에는 돌고 돌아 늘 초콜릿 시트 위에 체리가 올려진 키리쉬 케이크를 먹었다.

가끔은 작게나마 생일 카드에 꽃을 그려 드렸는데,

아직도 화장대 옆에 붙여두셨다.

시간은 흘러 선물은 엄마의 최애 취미인 여행으로 바뀌었다. 올 가을에는 패키지 여행이 아닌 자유 여행으로 파리를 거닐고 싶으시다는 꿈을 이뤄드리러 간다. 컨셉은 파리지앵, 가이드는 둘째 딸. 느긋한 가족여행으로 여유를 만끽하기. 썩 애교 있는 딸은 아니지만, 이럴 때라도 마음이 전해졌으면 한다.

혼자 갔던 첫 유럽 여행에서 만난 동행 언니가 꼭 영상을 많이 찍어두라는 말을 해줬을 때부터 나는 여행길을 영상으로 남겨왔다. 계절마다 달라지는 풍경 속에서 함께 웃고 걷는 시간들이 결국 가장 오래 남는 선물이라는 걸 알게 된 지금 또 한 가득 채우고 올 예정이다. 언제나 가을은 엄마의 가을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