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콩국수 논쟁으로 불리는,

설탕파 vs 소금파 논쟁이 있다.

한평생을 설탕파 선봉장으로 살아왔다. 달달한 콩국수를 위해 설탕은 딱 엄마에게 혼날 때까지 넣는다.  소금은 설탕의 단맛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소량 넣는다. 농도가 옅은 콩국물보다 죽처럼 떠 먹을 수 있는 콩국물을 좋아한다. 더위가 시작되면 집 근처 냉면집 메뉴판에 ‘여름 별미 콩국수’라고 붙길 기다린다.

 해가 거듭될수록 입맛이 변해서 매년 콩국수의 맛이 달라진다. 설탕을 가득 넣은 콩국수를 즐기던 때가 언젠지, 이젠 담백한 맛의 콩국수가 좋다. 어릴 적 콩국수의 메인은 면이었다. 면을 다 먹으면 배가 불러 콩국물을 다 못 먹었다. 그럴 때면 부모님은 아까운 콩국물을 다 버린다며 잔소리를 했다. 잔소리를 피하기 위해 매번 그릇까지 핥아 먹었다.

  평소에 자주 콩국물을 사서 집에서 콩국수를 만들어 먹는다. 냉장고 사정에 따라 고명은 다양하다. 지금처럼 수박이 비싸기 전에는 얼음대신 수박을 넣어 콩국수에 시원한 맛을 더한다. 딱딱한 복숭아를 채썰어 넣으면 여름을 한 입에 넣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어른이 된 후엔 어느새 콩국물을 다 먹고 면을 남기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됐다. 같은 음식이어도 해가 거듭될수록 맛이 달라진다. 고등학생 때까지는 복숭아 요거트가 아니면 왜 먹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지금은 아침마다 꿀없이 무가당 그릭요거트를 먹는 어른이 됐다. 너무 달면 한 입먹고 숟가락을 내려놓게 된다. 건강한 음식을 찾아 먹고 웬만큼 배고프지 않으면 군것질도 하지 않게 됐다. 스무디, 버블티를 찾던 대학생을 지나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제일 맛있는 어른이 됐다. 단 음식을 찾지 않는 스스로가 개탄스럽던 때가 있었다. 나약해졌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내년 여름엔 어떤 맛을 느낄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