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연애에 마침표를 찍었다. 💟 8월 7일의 질문
어떤 봄날을 잊지 못하고 있나요?
"계절" 첫 레터를 보내요.
님에게 앞으로 4주간 계절을 주제로 글 모음집을 보내드리려고 해요. 그 첫 시작인 봄에 대해 글을 쓰려고 보니, 왠지 모르게 서글픈 기억이 많았어요. 예쁜 꽃과 새싹보다도 중간고사(벚꽃의 꽃말), 팀플, 그리고 오늘 레터로 보내드리는 에피소드가 떠올랐어요.
보더콜리의 '잊을 수 없는 봄'을 전해드립니다. 커리어걸즈 레터를 읽고 떠오르는 말들이 있다면, triple.sidepjt@gmail.com나 인스타그램 careergirls.letters DM으로 님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항상 자유롭게 열려있답니다😘 |
|
|
잊을 수 없는 봄
- 보더콜리
2023년 봄, 긴 연애에 마침표를 찍었다.
그해 봄, 어엿한 직장 2년차가 되었다. 1년차 때는 아무것도 몰랐다. 일만 몰랐던 게 아니라 내 일상도 어떻게 흘러가는지 몰랐다. 회사는 내가 한 번도 살아본 적 없는 곳이었다. 심지어 자취가 처음이었다. 타지에서 혼자 살고 일하기에 적응하기만 해도 바빴다. 그 사이에 ‘내년 이맘때는 꼭 시간 되면 여기 와야지’, ‘내년 이맘때는 여기 와서 꼭 이 메뉴 다시 먹어야지.’하는 소망이 하나둘씩 쌓였다. 2년차는 일도 삶도 잘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반전은 예상하지 못한 때 덮친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장소와 시간을 눈여겨 봐두었고, 그곳을 같이 가고 싶은 사람이 있었다. 희망사항은 벚꽃잎처럼 오래 가지 못했다. 2년차가 되면서 한층 여유로워진 나와 달리, 그는 1년차로 이제 막 정신이 없었다. 그 전 해에는 내가 타지로 멀어지고, 그 해에는 그가 타지로 멀어졌다. 시간과 공간의 틈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결국 벚꽃을 봤나? 글쎄, 기억조차 안 난다. 그땐 몰랐다. 이 작은 틈이 내 소망을 깨부술 괴력이 있었음을.
|
|
|
시공간 틈은 그에게만 벌어지는 게 아니었다. 가족, 친구, 누구 하나 특정할 수 없을 정도로 나는 멀어지고 있었다. 바쁜 일상에도 계속 사람은 만나는데, 정작 내가 애정을 쏟고 싶은 사람들에게 그러지 못했다. 벌어지는 틈 사이로 염증이 생기고, 곪고, 터지고, 다시 곪기를 반복했다. 그에게 이 상황을 털어놓고 싶었으나, 그러지 못했다. 내 이야기는 하나도 전하지 못한 채 그저 안부만 오갔다. 밥 먹었는지, 집에 갔는지. 이 상황이 봄의 끝까지 이어지자 결국 틈이 깨져버렸다.
기대가 크면 실망은 더 크다. 2022년 봄에 2023년 봄을 그렸다. ‘내년에는 이때 여유로우니까 시간을 충분히 내서 제육무침 먹고 벚꽃 흐드러진 야경 보면서 마냥 걸어야지!’하는 꿈은 이뤄지지 않았다. 크게 부푼 꿈이 산산조각 나자 그 파편은 컸고 멀리도 나갔다. 봄이 푸른색, 초록색, 노란색으로 알록달록 물들었다. 나는 낮이고 밤이고 어두컴컴한 방에 침대에 누워서 천장을 바라봤다. 그 한 달이 지나고 나서 여름이 왔고, 여름이 되서야 나 스스로를 돌보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내 사람도, 일상도, 일도 다시 돌볼 기운이 났다.
그제서야 내가 그렸던 봄이 시작됐다.
|
|
|
✅ 오늘의 추천 영상!
자타(?)공인 천재 뮤지션 이찬혁의 올해 신보에 '멸종위기사랑'이라는 곡 무대 보셨나요? 다들 음방에 나올 때, 그는 열린음악회에 나왔어요. 다들 댄서와 무대를 할 때, 그는 뮤지컬 배우와 직접 춤과 구성을 만들어갔어요. 이색적이고 높은 완성도를 자아내는 그의 무대에 감탄하다가왠지 모르게 마음 한 구석이 시려옵니다. 아마도 그건 경쾌한 멜로디에 구슬픈 가사가 너무 잘 조화된 탓일 거예요.
한 사람당 하나의 사랑이 있었대
내일이면 인류가 잃어버릴 멸종위기사랑
불이 만들어지는 사랑이 있었대
내일이면 인류가 잃어버릴 멸종위기사랑
⟪멸종위기사랑⟫ 중에서
|
|
|
오늘 Cuz는 어땠나요?
커리어걸즈에게 보내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아래 [좋았어요!] [아쉬워요!] 버튼을 클릭해서 리뷰를 남겨주세요. (속닥속닥) 님의 응원이 진짜 엄청난 힘💪이 돼요!!!
이번 주부터는 [계절]을 주제로 찾아올게요.
봄🌱-여름☀️-가을🍂-겨울❄️에 대한 에피소드, 많은 기대 부탁 드려요! |
|
|
Cuz 뉴스레터는 매주 목요일 오후 4시 40분에 찾아올게요.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