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땐 난독증인가 싶었다. 교과서의 지문을 보면 글자가 눈 앞을 날아다녔다. 뇌를 통과한 듯 기억나는 건 하나도 없었다. 덕분에 성적은…. 여전히 공부랑 적대적인 관계를 유지 중이다.

중학교 땐 시험기간에 혼나지 않기 위해 공부하는 척 도서관에 갔다. 도서관 책장을 구경하다 재미있어 보이는 책을 발견하고 앉은 자리에서 다 읽었다. 기욤 뮈소의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로 처음 책의 재미를 알았다. 그 이후 성인이 될 때까지 책을 안 읽었다. 학업에 치여 여유가 없다는 핑계였다.

날아다니던 글자가 정돈된 순간은 기억나지 않는다. 어느 날 눈을 떠보니 소설책을 좋아하게 됐다. 영상과 달리 책은 나만의 속도로 작가가 만들어 놓은 세계를 향유할 수 있다. 제공되는 문자 너머의 세계는 내가 상상하는 모든 것이 존재한다. 책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다. 무엇이든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다.

책장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책을 통해 음미한 모든 세계가 책장 주인의 삶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차원의 문이라고 부른다. 끊임없이 다른 세계로 들어가 절대 현실에서는 하지 않았을 행동과 말을 대신 해본다. 현실에선 불가능한 것을 하며 눈 앞의 문제를 잠시 잊기도 한다. 예를 들면 살인자의 누명을 벗기 위한 탈옥.

외국 작가의 책만 읽다 『달러구트의 꿈 백화점』으로 한국 작가의 책들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덕분에 장르 구분없이 소설책이라면 다 읽어치울 기세로 교보문고 장바구니를 채우고 있다.

머리가 터져도 좋으니 세상의 모든 소설은 다 읽고 싶다.

현재 내 이야기를 글로 쓰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남이 쓴 에세이, 자기계발서는 1년에 1권 읽을까 말까 한다. 단순히  취향 차이라고 생각한다.

뉴스레터를 읽고 있는 당신도 책을 통해 다양한 삶을 살아내길 바란다. 간접적으로 살아낸 삶도 내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