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한두 해 전까지만 해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에 불안을 느끼던 나였다.
주변은 갓생이니 미라클모닝이니 난리였지만, 사실 나는 그냥 잠이나 자고 싶었다. 늘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뒤쳐질 것만 같았다. 논문 한 장이라도 더 읽어야 하는데 영화 보러 갈 시간이 어디 있어. 지금은 쉬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는 감정은 건강하지 않다는 것을 안다. 내 체력의 한계를 알고, 집중도를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지속가능한 삶에 더 효과적이다.
왜 마음이 불편할까? 공부하기 싫으면 하루 정도는 쉴 수도 있는 거 아닌가?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을 때는 더욱 그런 기분이다. 몇 달을 준비한 프로젝트의 성적이 미미하다든가, 서너 달은 공부한 기사 자격증 시험에 낙방했다던가. 쉬는 것도 뭔가를 해낸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보상 같았다. 결과물을 도출해 내지 못하면, 조급함이 조금씩 삶을 갉아먹기 마련이다.
사람은 365일 맹렬히 돌아가는 톱니바퀴가 될 수 없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심지어 기계도 과부하 방지를 위해 잠시 작동이 중지되는 시간이 있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온전한 휴식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다시 일할 힘을 되찾고 하루를 더 충실히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불안한 마음에 하루하루 전전긍긍 살다 보면 작은 행복과 성취들도 놓치기 마련이다.
결과물이 내 눈앞에 보이지 않더라도 나의 몸, 뇌, 마음 모든 것은 과정을 기억한다.
그러니 잠시 틈을 만들어도 괜찮다. 그러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