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과 가까운 관계를 표현할 때 "우리는 가족같은 사이에요."라고 말한다.
나를 한 집단의 구성원의 일원으로 나 이외의 타인과의 관계를 처음으로 배우는 집단, 그게 가족이다.
가족이라는 단어는 참 묘하다. 때론 다정하고 애틋하게 여겨지다가도 그 단어마저 버겁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어릴 떄 가까워지는 많은 시간들을 보낸다. 어느새 서로를 바로보는 눈빛이 기대에서 실망, 분노, 좌절 등으로 변해갈 때 끝내 가장 멀어져 버린다.
나에게 가족이란 끊임없이 기대를 받고 그 기대에 부응해야만 하는 굴레였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 너무나 익숙해져버렸다. 그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주고받는 감정들과 행동들이 내 일상, 아니, 내 존재 자체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게 가족들의 기대를 충족시키려 애쓸수록, 나는 점점 더 나 자신을 잃어갔다. 결국, 내 안에는 오직 그 기대에 부응하는 모습, 그들이 기억하는 '나'만이 남게 되었다.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나를 마주하지 못하고 애써 외면해 버렸다. 외면하는 시간들이 길어질수록 나 스스로도, 가족도 외면하게 되었다.
늘 나와의 관계이든, 다른 사람과의 인간관계이든, 관계의 밑바닥이 되어 봐야 진짜 모습이 나타난다. 나와 거리에서 가족들이 가장 멀어졌다고 느껴졌을 때, 내가 내 속에 갇혀 잘 보지 못해 그 관계를 오해하고 있었다. 그들은 오히려 묵묵히 내가 다시 나아지길 기다려 주고 각자 방식으로 응원해 주고 있었다. 수많은 감정을 담은 눈 중에 걱정이 더 많았다는 걸, 바닥에서 멀리서 본 모습에서 알게 되었다.
늘 애정과 걱정을 담고 있어 그 눈이 다르게 보였을 뿐 알아차리지 못했다. 막다른 길에 다다라서야 진심을 읽는 자신이라니 조금은 부끄러웠다.
왜 가장 가깝고 소중하다고 하면서 한번 더 서로를 보며 웃고 다정한 말들을 건네지 못할까? 그렇게 밖에서는 타인를 이해해보려 노력하면서 울타리 안에서 그러지 못할까? 아마 너무 스스로가 더 이해받고 가족이란 울타리 안에 보호받고 싶어 투정을 부린다는 것이 이미 겉으로는 한참 어른이 되버린 현재까지도… 그러는지도.
여전히 지금도 온전히 그들의 마음을 다 알아차리지 못하지만 진심을 보려고 노력한다. 때론 버겁지만 또 밉지만, 나를 걱정해 주고 애정 어린 마음을 느끼며 나아가는 중이다.
가족이란 너무 가깝고도 멀다.
너무 가까워져 마음을 왜곡하지말고
너무 멀어져 무관심해 지지 말자
나의 현재의 거리는 약 30cm.
당신의 거리는 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