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한 지 6년이 됐지만 언제든 사고 칠 수 있다는 생각에 출근이 무섭다. 무사히 퇴근하면 당연한 결과일 뿐이다. 머리에 들어오는 건 없어도 퇴근하면 학교 강의를 듣는다. 밀린 과제를 하느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보면 주말은 삭제된다. 작은 틈이 생기면 게임을 하고, 야구를 보고, 책을 읽는다. 바쁘게 산 하루의 끝은 항상 헛헛하다.
분명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삶의 목적이 뚜렷했다. 지금은 그게 뭐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AI가 지금 업무의 목표와 방법은 알려주지만, 삶의 궁극적 목적은 알려주지 않는다. 20대 초반까지 내가 바라던 어른은 균형 잡힌 삶을 사는 사람이었다. 균형을 잡느라 무엇이든 열심히 하며 살다 보니 마음 안에 담겨있던 모든 것이 쓸려 나갔다. 심지어 꿈꾸던 어른도 되지 못했다.
지금까지 균형을 잡느라 몸에 과도한 힘을 주고 살았다. 어떤 일을 해도 항상 머릿속엔 “이 다음은 뭘 해야 하지?”라는 질문을 한다. 무언가 하지 않으면 뒤처진다는 생각에 쓸데없이 할 일을 만든다. 이제는 숨 고르기를 하고 여유를 가질 때다. 가장 먼저 콘텐츠를 멀리하기로 했다. 다양한 콘텐츠를 접할수록 남들과 비교가 늘고, 스스로 생각하는 힘이 약해진다. (그걸 누가 모를까…)
현대사회에서 알고리즘에서 완전히 해방되는 건 어렵다. 약간의 거리두기로 정적이 싫어서 틀어놨던 배경 음악처럼, 쓰잘머리 없는 소리는 끄고 고요함을 즐기기로 했다. 고요가 고독이 되지 않기 위해 행동할 때 느끼는 감정을 일기로 남긴다. 아직은 어떤 행동을 하든지 조바심 나고 안절부절못하는 불안이지만 연말쯤엔 안정형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