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내 유튜브에는 요리와 여행, 왓츠인마이백이 뜬다. 인스타그램은 더 정확하다. 결혼, 웨딩촬영, 신혼집. 최근 몇 달 사이 내가 내린 결정들과 거의 겹친다. AI와 나눈 대화 기록을 돌아봤을 때도 비슷했다. 알고리즘은 지금의 나를 꽤 잘 안다. 적어도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사람"으로서는.
그런데 요즘 내가 실제로 붙들고 있는 질문은 그 어디에도 없다. 새살림을 차리면 사야 할 게 산더미인데, 왜 굳이 결혼 전에 서로 명품을 주고받을까. 그걸 사주는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 더 나아가, 인간의 삶에서 정말 중요한 건 보여지는 것일까, 보이지 않는 무언가일까.
이 질문들은 검색창에도, 메모장에도, 대화에도 없다. 내 머릿속에만 있다. 사람들에게 꺼내기도 어렵다. 결혼을 앞두고 던지는 이런 질문은 누군가의 선택을 평가하는 말처럼 들리기 쉬우니까.
그런데 생각해 보니 놓일 곳이 없어서만은 아니었다. 놓일 곳이 있었어도 나는 적지 않았을 것 같다. 어딘가에 적는 순간 그게 데이터로 남을 거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확인해 본 적은 없다. 그저 내 가정이다. 그런데 가정만으로도 충분히 입을 다물게 된다. 알고리즘이 나를 읽지 못하는 건 기술의 한계가 아니라 내가 쓰지 않아서이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쓰지 않는 것이 내게 남은 마지막 사적 영역처럼 느껴진다.
여기서 이상한 대칭이 생긴다. 알고리즘이 결혼을 준비하는 나를 선명하게 보여줄수록, 그걸 의심하는 나는 더 선명하게 가려진다. 보여지는 것이 중요한지를 묻는 질문은, 결코 보여지지 않는다.
그래서 지금 이 글이 조금 이상하다. 처음으로 그 질문들을 적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글도 어딘가 서버에 남겠지. 그래도 적어본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어디에도 적히지 않은 질문이 하나쯤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