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래희망’ 하면 어떤 생각이 나는가? 어릴 적 학교에서 나눠준 종이에 적은 직업, 고3 때 두꺼운
수박책(대입 수시 지원 전략의 바이블로 불리는 대한민국 대표 진학 지도서인 《수박 먹고 대학 간다》의 줄임말)을 펼쳐놓고 본 전공, 뉴스 기사에서 자주 나오는 회사. 이 모든 건 나의 이야기이자 이 글을 읽는 당신의 꿈 여정일 것이다. 하지만 내 이야기는 두 권의 책에서 바뀌었다.
첫 번째 책은 유시민 작가의 책,
《어떻게 살 것인가》다. 이 책의 '제2장 어떻게 죽을 것인가' 파트에서 작가는 죽음에 대한 자신의 철학과 함께, 자신이 세상을 떠난 후 인공적인 묘지나 납골당 대신 자연으로 돌아가는 수목장을 원한다고 밝혔다. ‘삶’에 대한 책에서 ‘죽음’을 다룬 것부터 신선했는데, 그 방식이 내가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방식(수목장)이어서 더 놀랐다. 동시에 내가 그의 바람을 읽으며 ‘조부모가 계신 현충원’이 떠올랐다는 점에 한 번 더 놀랐다. 현충원에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모시던 날, 엄마는 두 분이 3층 4호에 들어가신다며 무슨 아파트 입주하는 것처럼 말씀하셨다. 집 앞에 너무나도 아름답게 가꾸어진 공원과 길 덕분에 이 아파트 사셔서 좋으시겠다, 그 덕분에 우리도 좋은 곳 자주 오겠다-라며 좋아하셨다. 그래서였나,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계신 곳에 갈 때는 ‘국가의 영광’, ‘무거움’, ‘고인’이라는 느낌보다는 ‘아름다운 정원’, ‘포근한 쉼’이 먼저 생각난다.
두 번째 책은 《월스트리트 저널》의 부고 전문기자 제임스 R. 해거티(James R. Hagerty)가 쓴
《그렇게 인생은 이야기가 된다》이다. 첫 번째 책을 읽으며 우리 할아버지와 할머니, 나의 죽음과 그 뒤에 나를 찾아올 사람들을 맞이할 평안한 공간 등을 쭉 생각하며 유성호 교수님(법의학자)의 책을 비롯해서 죽음과 삶에 대한 책을 하나둘씩 독파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가장 실천해보고 싶은 점들을 가득 안겨준 것이 바로 이 책이다. 7년간 800여 명의 죽음을 이야기로 풀어낸 책의 도입부에서 “인생에서 무엇을 이루고자 했는가? 그 이유는 무엇인가? 목표를 이루었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해서, 부고에 들어갈 요소와 넣지 않기를 추천하는 내용, 자신의 부고를 쓰기 전에 할 질문들(기억, 가족, 사람, 직업, 실수, 믿음 등), 끝으로 부고를 써야 하는 이유로 마무리된다. 각각의 요소가 나 스스로에게, 그리고 내가 정말 아끼는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싶다는 강한 충동을 불러일으켰다.
나 스스로에게 던진 “인생에서 무엇을 이루고자 했는가? 그 이유는 무엇인가? 목표를 이루었는가?”에 대한 답은 결국 ‘죽은 다음에까지도 멋진 사람’이었다. 역사책은 보통 살아있는 사람 이야기를 실지 않는다. 그 사람의 평가가 어떻게 바뀔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후에 모든 평가가 매듭 지어지고 나서야 역사책에 오른다. 아, 물론 나는 역사책에 오를 만한 인물이 되고 싶은 건 아니다. 다만, 내 모든 평가가 끝나고 난 다음에도, 또 언제 죽을지 모르는 이 삶에서, 나만의 목표를 향해 그저 부단히 앞으로 나가서 결국 나도 모르는 새 목표를 이룬 사람이 되고 싶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