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는 다른 사람들과 달라보이고 싶어 안달이 났었다. 그래서 드라마에 나온 의사가 멋있어 보이면 의사가 되고 싶었고, 어떤 날은 건축가 이야기가 나오면 건축가가 되고 싶었다. 그렇게 수차례 꿈이 달라졌고, 한곳에 집중하지 못하고 늘 새로운 것을 찾는 데 혈안이 되어 있었다. 결국 꿈을 찾지 못하고 불안 속에 살다 끝내 도달한 생각이 평범하고 안정된 직업 갖기였다.
하지만 남들처럼 평범하고 안정된 직장을 얻어 일을 하고 일상 살아가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열심히 했지만, 수차례 낙방했다. 끝내 지금의 일자리를 힘겹게 얻었어도 생각보다 많은 불안 요소와 도사리고 있었다. 출근과 동시에 퇴근을 바라거나 전날 밤부터 출근을 두려워하며 불안과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다. 심지어 무기력까지 더해져서 밑바닥을 찍었다. 어떻게든 극복하려고 운동, 취미, 영상, 책으로 수차례 노력했지만 쉽게 해결하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날, 제주 여행에서 우연히 독립 서점에 들렀다. 책을 사고 음료를 시키면서 사장님의 일과를 들었다. 그는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도 욕심내지 않았다. 그리곤 충분히 휴식시간을 가지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고, 자기 전 명상을 하며 마음을 비웠다고 했다.
그때 아차 싶었다. 나도 그처럼 균형 있게 살고 있다고 여겼는데, 나의 일상을 제대로 보니 밑 빠진 독 같았다. 아, 욕심이 너무 과해서 제대로 집중도 못했구나. 빈 채로 채우려고만 했구나. 빛 좋은 개살구였구나…
비워야 비로소 채울 수 있다. 하지만 실천은 어려웠다. 과한 욕심-매일 일찍 일어나기, 영어 말하기, 출근길에 책 읽기, 점심시간에 일하기, 퇴근 후 러닝/요가하기, 저녁 챙겨먹기, 집 청소하기, 책 필사하기, 자격증 공부하기, 새벽까지 영상 보기-을 반복하며 늘 무리했다. 그러면 금방 탈이 나기 마련인데 그걸 놓쳤다.
더 잘못된 길을 가기전에 다시 삶은 방향을 수정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타인에게 보이기 위한 허울이 아닌, 스스로 만족하고 행하고 반성하고 나아지는 행복한 삶을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내 하루에서 꼭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들을 나누고 난 다음에, 꼭 여백을 두려고 연습하고 있다. 그 여백을 통해 비로소 오히려 삶을 제대로 보는 느낌이었다. 그때 조금씩 해내고 싶은 일을 넣기 시작했다. 그 끝에, 일상에서 행복한 일들을 찾을 수있게 되었고,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이런 시간들을 쌓아가면 조금씩 더 나를 찾을 수 있을까? 행복해질까? 이런저런 고민이 되지만 앞으로는 더 나아질 거라는 믿음으로 오늘도 조금씩 행하는 중이다.
PS. 요즘에는 배달 대신 직접 요리를 해서 밥을 챙겨 먹는다. 작은 시간의 틈을 만들고 설거지를 한다. 그리고 따뜻한 매실차를 타서 글을 쓰고 책을 읽고 필사를 하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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