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을 둘러보면 직접 산 책, 선물받은 책, 버리지 못한 책으로 가득해요. 공간이 생기면 책을 쟁여둘 것 같은 기분에 책장 한 칸만 구매한 책으로 채우기로 다짐했어요. 작은 공간에 최대한 많은 책을 욱여넣다 보니 벽돌책은 가성비가 떨어져 점점 멀리했어요. 흥미로운 내용을 담고 있어도 손이 가지 않더라고요. 애초에 벽돌책은 전공책으로도 마주한 적 없어요. 이런 사람에게 벽돌책을 잡게 만드는 보더콜리의 이야기는 엄청난 도움이 됐어요. 다가오는 봄에는 꽃이 보이는 도서관 자리에 앉아 벽돌책 읽기를 목표로 잡아볼게요.
from 너구리
벽돌책 읽게 되는 비법을 전수합니다
- 보더콜리
1. 왜 많은 책을 읽기 시작했는가? 내 방엔 책장과 옷장, 책상뿐이다. 책장과 책상이 무려 방 넓이의 절반을 차지한다. 2026년을 맞이한 책장과 책상에는 여전히 2025년이 가득했다. 작년에 읽다만 책, 특히 벽돌책들이 한가득이었다. 내 분야가 아니어서, 당장 읽을거리가 더 급해서, 연말까지 미뤄둔 약속이 많아서, 등의 핑계로 차일피일 미루던 책들이었다. 2026년에 박사로서 커리어를 시작하며, 케케 묵은 핑계를 해치우고 싶었다. 벽돌책 읽어치우기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2. 어떻게 벽돌책 읽었는가? 가장 효과가 좋은 방법은 ‘빌려 읽기’다. 최근 경기도서관이 개관했다. 멋드러진 외관으로 홍보됐지만, 진짜 꿀팁은 그곳의 책들이 모두 신상이라는 점이다. 시범 운영 기간(작년 말쯤이었다.)에 갔을 때만 해도 책장이 허전했다. 1층부터 4층의 책을 쭉 둘러보는 데 채 1시간도 안 걸릴 정도였다. 적은 책이었지만, 책들을 보며 알았다. ‘와, 여기가 다 새 책으로 채워지겠구나.’ 그래, 고백하자면 빌려 읽기의 시작은 경기도서관의 멋, 특히 새 책의 유혹이었다.
도서관이 서점과 다른 점은 ‘책을 쟁여놓을 수 없다’는 것이다. 혹자는 말했다. 책을 다 읽지 않아도 사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고. 어느 날 갑자기 읽고 싶을 때 꺼내볼 책이 많은 것만으로도 이미 애독자로서 준비가 된 것이라고. 지갑과 시간이 여유로운 사람이라면 이 전략이 먹힐 것이다. 하지만 나는 지갑도 시간도, 특히 공간이 여유롭지 않다. (책장과 책상이 이미 꽉 찼다.) 그때 도서관에서 2권씩 책을 빌려서 2주의 대여 기간이 주어지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 특히 인기 많은, 깨끗한 책이라면? 내가 반납하면 또 언제 이 책을 빌릴 수 있을지 모른다. 읽어보지도 않았지만 소유 경험만으로도 책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산다고 해도 안 읽고 책은 구석에서 나이들 거다. 이런 상황이 되니까 ‘그래, 조금만이라도 읽어보고 마음에 들면 사자!’라는 자기합리화를 했다. 이게 벽돌책 뿌수기의 발단이었다.
빌린 책의 대여기간은 일종의 타임어택이다. 정해진 시간 안에 다 못 읽으면, 심지어 조금이라도 못 보면 손해다. 관심 있는 부분, 궁금했던 부분이라도 보자는 마음으로라도 책을 펴게 된다. 여기서 웃긴 점은 막상 맛만 보자고 시작한 책이 다 끝나기도 전에 반납해야 되면 그때 아쉬움과 답답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새로 사기에는 진짜 거의 다 읽었는데! 소장까지는 하고 싶지 않은데! 이런 감정이 쌓이면 도서관에서 빌린 책은 주어진 기간 안에 다 읽어야 한다는 다짐이 단단해진다. 축하한다! 도서관 벽돌책 깨기 전략이 먹히기 시작했다!
고백하자면, 최근에 집 매매 계약을 했어요. 집 알아보기 시작하는 과정부터 임장을 거쳐 계약하기까지 기록을 노트, 노션, 사진첩 등 여기저기 모아뒀죠. 심지어 AI 프롬프트과 엑셀도요! 다행스럽게도 집을 잘 구했고, 투자 가치도 잘 오르더라고요. (고생한 보람이 있다!)
이 노하우를 기록으로만 묻어두기 아까워서 열심히 전자책으로 만들었어요. 저희 레터를 항상 애정으로 살펴봐주시는 분들께 이 소식을 가장 먼저 전하고 싶어서 오늘 레터에 실어 전해요.